[DOS] 메타녀 1 (メタ女.1996)

[DOS] 메타녀 1 (メタ女.1996)

 




1995년에 ‘R-Force Software’에서 만든 동인 게임 ‘府立メタトポロジー大学付属女子高校(부립메타로플로지대학부속여자고교)를, 다음 해인 1996년에 추가 개발을 거쳐 정식 게임으로 개발, ANJIN에서 PC9801용으로 발매한 SRPG 게임. 한국에서는 ’통큰미디어‘가 유통을 맡아서 MS-DOS용으로 컨버전하고 정식 한글화하여 출시했다.

내용은 메타 여고 소속 천문부에서 반란 분자들이 생물부와 학생회와 은밀히 협약을 이루고 반란을 일으켜 천문부를 함락시키자, 천문부 서부 지부장인 ’마유미‘가 동료들을 모아 천문부를 되찾고 사건의 흑막인 ’화란‘의 야망을 저지하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다.

캐릭터 스테이터스 수치는 TEP(특기 습득 포인트), LV(레벨), EXP(경험치), HP(생명력), MP(마력), 공격력, 방어력, 민첩성, 이동력, 이동속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레벨업을 하면 스킬을 자동으로 배우는 게 아니고, 레벨업을 했을 때 TEP 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해서 스테이지 클리어 후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기 전의 ’캠프 모드‘에서 TEP 포인트를 소비해 ’특기‘라는 새로운 스킬을 배울 수 있다.

공통으로 배울 수 있는 특기는 ’행동‘, ’수영‘, ’공격‘, ’회피‘, ’방어‘, ’요가‘, ’야옹야옹‘, ’사냥‘, ’비행‘, ’기합술‘, ’화염술‘, ’뇌전술‘, ’수마술‘, ’소환술‘ 등으로 모든 캐릭터가 물리 스킬, 마법 스킬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단순히 특기만 배운다고 끝이 아니다. 특기는 정확히 스킬의 카테고리 역할을 하고 있어서, 게임 플레이 내에 해당 특기와 관련된 행동을 많이 해서 ’수행‘ 퍼센테이지를 높여서 그게 100%가 되면. 특기에 부과된 여러 가지 기술이 해금되는 방식이다.

자동 발동하는 패시브 스킬, 원거리 공격, 공격/회복 마법의 종류 등도 다 수행을 통해 개방되기 떄문에 사실상 전사, 마법사, 궁스 등. 동료들이 처음 합류했을 때 각자 가진 첫 번째 특기에 따라 클래스가 정해지는 거나 마찬가지다.

다만, 이 특기 습득 및 수행 퍼센테이지 등은 회차 전승이 가능해서 다회차 플레이를 전제로 두면 클래스 육성이 자유롭다. (게임 클리어 후 타이틀 화면에 '스페셜 스타트'를 클릭해 시작하면 전회차의 특기를 계승할 수 있다)

전투는 턴제 방식으로, 선택 가능한 커맨드는 이동, 공격, 기의 사용(스킬 사용), 행동종료, 휴식, 시스템이다.

휴식은 턴을 소비해 HP/MP를 회복하는 기능을 지원하고 시스템에서 ’세이브‘, ’로드‘를 언제 어느 때든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별도의 중간 세이브 과정 없이 ’마지막 턴으로 되돌아가기‘ 기능도 지원하고 있다.

돈, 장비, 아이템, 회복 포인트 등의 개념은 따로 없지만 그런 게 없어도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시스템 인터페이스가 쾌적하다.

공방을 주고받을 때 SD 캐릭터가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애니메이션 컷이 나온다. 특이한 점은, 보통 기존의 SPRG 게임에서는 이 전투 컷이 단지 눈으로 보기만 할 뿐. 스킵하는 것 말고는 마땅히 조작하는 게 없었는데. 본작에서는 특정한 상황에서 마우스 버튼을 눌러 조작하는 요소가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마우스 왼쪽 버튼을 꾹 누르고 있으면 ’적당공격‘이라고 해서 적을 살살 패서 데미지를 대폭 줄일 수 있고. ’싹둑자름‘이라고 카운터가 터져 적의 반격을 받을 때는 반대로 마우스 왼쪽 버튼을 연타해 데미지를 줄여야 한다.

데미지를 높여도 모자랄 판에 줄이는 적당공격이 왜 있냐 하면 본작은 아군 레귤러 멤버의 수가 최종적으로 7명 밖에 안 되는데 비해, 적의 수는 기본 단위가 2자리 이상이고 후반부로 넘어가면 수십 명이 한 번에 튀어 나오기 때문에, 아군 진영의 전력을 보강시키기 위해 NPC 유니트가 수시로 참전하기 때문에 NPC 유니트의 경험치 스틸을 막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하지만 스킬 획득 여부와 마우스 버튼 컨트롤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게, 공방의 결과가 랜덤으로 결정이 돼서 그런 것이다.

공격 자체는 서로 한 번씩 주고 받는데. 그 한 번의 공격이 일격이 아니라 연타로 여러 번 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운이 좋으면 높은 데미지를 입힐 수 있고. 운이 나쁘면 자기보다 레벨과 능력치가 낮은 적조차도 제대로 패지 못할 때가 있다. 거기다 지형에 따른 공격, 방어 보너스가 고정적으로 있어서 기본 능력치(공격력/방어력)이 높다고 그게 다 온전히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세이브 로드 신공을 써야 하는데. 앞서 말한 언제 어디서든 세이브, 로드 가능한 것과 마지막 턴으로 되돌리기 기능 기본 지원이라서 이것도 되게 편하게 할 수 있다.

게임 그래픽은 깔끔하기는 하나, 이게 동인 게임에서 시작해 추가 개발을 해 정식 게임화된 것이라서 개발력의 한계가 있다 보니 1996년 당시 기준으로 보면 좀 시대를 역행하는 느낌을 준다. 같은 해에 TGL에서 파랜드 사가(국내명: 파랜드 택틱스 1)이 나왔다는 걸 생각해 보면, DOS에서 윈도우 95로 플랫폼이 변경되는 시기였기에 너무 늦게 나온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파랜드 스토리 본가 시리즈가 한창 나오던 1994~1995년 정도에 나왔어야 할 게임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게임 스토리는 예상외로 좋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꽤 재미있다.

교복 위에 갑옷 입고 칼, 활로 무장했는데 초능력 느낌 나는 마법을 사용하고 플라즈마 병기와 생물 병기, 공간이동까지 나오는 SF 배경의 여고생 전쟁물이란 컨셉도 신선한데. 이게 단순히 외형적인 부분의 컨셉으로 그친 게 아니라 실제 게임 내 설정이 여고의 탈을 쓴 전국시대 군웅물 같아서 온갖 음모와 배신이 판치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목숨 걸고 싸우는 주인공 일행의 장대한 서사시를 그리고 있어서 그렇다.

세상을 혼란시키는 악의 무리와 맞서는 주인공 일행이란 게 기본으로 깔려 있지만, 그 맞서 싸우는 과정이 배신의 연속이니 게임 스토리가 진짜 처절하다. 아군은 물론이고 적군조차도 배신의 소용돌이에 빠지니 한층 드라마틱해지는 거다.

전교생 숫자가 10만 명에 달한다는 어마어마한 배경 스케일부터 시작해 대량학살 병기, 인간 폭탄 부대, 패잔병 사냥, 죽은 사람을 개조인간으로 부활시켜 다루는 것 등등. 꽤 하드한 설정이 난무하는데.. 대량학살 병기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대포‘, 바이오 마그네틱 장치 ’생체 큐인 큐인‘, ’멍멍이 하나‘ 등 주요 작명 센스와 게임 내 캐릭터의 대사 스크립트 중에 개그 대사가 많아서 비극과 희극을 오가는 게 컬트적인 매력이 있다.

게임 내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전투 때 죽으면 사망 대사를 남기는데, 이것도 웃긴 것과 슬픈 게 뒤섞여 있어서 오묘한 느낌을 주는 한편. 피아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전란이란 걸 실감나게 해준다.

기존의 SRPG 게임에서 전투 때 사망시 대사 남기는 건 보스급, 혹은 네임드 캐릭터들 뿐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본작은 이름 없는 잡병 하나하나 대사를 남기고 죽으니 게임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요소다.

멀티 엔딩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어서 총 8+1의 엔딩 9개가 있다. 8개의 엔딩은 ’노유리(일본판의 노리코)‘, ’진수지(일본판의 에리카)‘의 호감도에 따라서 최종 전투의 루트가 나뉘어 거기서 파생되는 것이고. 나머지 1개는 개그 엔딩이다.

최종 전투에서 주인공 일행 7명이 모두 힘을 합쳐 최종 보스 ’화란‘을 격파했을 때 노유리, 진수지의 호감도가 최고일 때 진 엔딩이 나오고. 둘 중 1명의 호감도가 최상이 아닐 때는 굿 엔딩. 천문부와 네오 천문부가 갈라졌을 때 천문부로 클리어하는 엔딩. 네오 천문부로 클리어하는 엔딩, 노유리의 호감도가 낮을 때 배신한 노유리와 최종 보스를 물리치는 엔딩, 노유리가 주인공 일행 6명을 모두 물리치고 화란까지 격퇴할 때 갈라지는 엔딩 2가지, 화란에게 패배하는 엔딩이다.

엔딩 분기의 핵심은 노유리, 진수지의 호감도를 올리는 것인데. 노유리는 2 스테이지, 9 스테이지, 15 스테이지, 17 스테이지, 18스테이지에 나오는 선택지 중에 노유리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선택지를 고르면 호감 포인트가 오르는데. 호감 포인트 4 이상만 되도 호감도 최상이고. 진수지는 스테이지 12, 스테이지 23의 선택지를 잘 골라야 호감도 최상이 된다.

개그 엔딩은 13 스테이지에서 진수지와 리시리사가 말다툼을 했을 때. 싸운다는 선택지를 고르면 진수지 VS 리사리사의 일 대 일 대전이 벌어지는데, 이때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진수지로 리사리사 이외에 다른 동료들을 공격하면 진수지가 미쳤다면서 동료들이 전부 적으로 돌아서고. 이때 그 동료들을 진수지로 싹 전멸시키면 개그성 배드 엔딩이 뜬다.

그밖에 본작은 음악도 상당히 좋다. 특히 메인 테마와 메인 테마에 일렉트로닉 기타가 들어간 엔딩 곡이 엄청 좋아서 DOS판 기준으로 게임 용량 자체는 PC9801 기반이라 50메가도 채 되지 않지만, 사운드 블래스터를 지원하는 음악 CD가 제값을 다한다.

결론은 추천작. PC 게임이 윈도우 시대로 넘어갔는데 DOS용으로 나온 게임이라서 게임 그래픽이 발매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좀 시대에 역행하는 느낌을 주지만, 비장미 넘치는 스토리와 작명 센스 및 캐릭터 대사 스크립트에 잔뜩 묻어난 개그 요소 사이에서 찾아오는 갭이 컬트적인 매력이 넘쳐 흐르고, 숨겨진 요소와 멀티 엔딩 시스템의 탑재로 게임을 파고 들만한 요소가 많으며, 음악도 좋고 시스템 인터페이스가 유저 친화적이라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니 고전 명작으로 손에 꼽을 만한 작품이다. 동인 게임으로 시작해 정식 게임이 된 입지적인 작품인데, 이게 인디 게임의 천국이 된 현재의 스팀 시대에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담이지만 후속작인 ’자이 메타녀‘는 한국에서는 ’메타녀 2‘라는 제목으로 출시됐다.

덧붙여 본작의 엔딩 스텝롤은 무슨 이유인지 원제작사의 스텝롤이 나오는 게 아니고, 유통을 맡았던 통큰미디어 관계자들이 스텝롤에 올라온다.

정확히는 한글화를 맡은 통큰미디어 스텝진인데. 보통, 한글판 게임은 일본 원작사의 스텝롤과 한국판 로컬라이징 한국 스텝을 동시에 표기하는데 본작은 전혀 그러지 않았고. 등장 인물 이름도 전부 현지화됐기 때문에 사전 정보 없이 게임을 하면 한국 게임으로 오인할 수도 있다.

추가로 본작은 차기작인 ’자이 메타녀‘와 함께 PC9801버전이 무료 배포된 적이 있고. PC9801 버전은 한글 패치가 따로 나와 있다.

한글 패치판은 캐릭터 이름과 용어들이 일본 원어를 그대로 번역했고 음악이 FM 음원으로 나와서 한국 현지화를 거치고 음악도 사운드 블래스터 CD로 바뀐 DOS판과 차이가 좀 있다.

덧붙여 본작은 국내에 패키지로 발매했을 때 정가가 1만원 정도라서 저렴했고, 이후 한국 컴퓨터 게임 잡지 V챔프의 1998년 9월호에 MDK와 합본 부록으로 제공된 바 있다.

한국에서는 19금 게임으로 발매했는데 야한 내용이 나와서 그런 게 아니고, 기본적으로 전쟁물이라 사람들이 마구 죽어나가는데 그 와중에 인간 폭탄과 패잔병 사냥, 사망 대사 등이 나와서 겉보기와 다르게 하드한 내용이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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